곰이 보이지 않는 베른과 장미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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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마을과 콜마르를 거쳐 드디어 스위스 국경을 넘어 베른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첫 스위스 일정.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은 아담하고 고전적인 도시였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본 베른시내…. 강이 한 굽이 휘감아 도는 모습으로 형성되어 있는 도시는 오래된 전기 기관차가 지나다니는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장미공원은 겨울이라 장미가 없었다. 원래 묘지였던 이곳을 모든 시민이 쉴 수 있는 장미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장미는 없었지만 잔디가 파릇이 올라오고 있는 공원은 베른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을 자랑하고 있었다. 석양이 너무 눈부셔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지만 그 위치만으로 장미공원은 너무 훌륭했다. 그 장미공원을 걸어 내려와 다리를 건너 시가지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 밑에는 베른의 상징인 곰이 살고 있었는데 모습을 보여 주진 않았다. 돔형으로 건축된 양식의 상가를 쭉 걸어서 시가지를 투어 했다.
시청사와 연방의사당 정부청사가 이곳이 스위스의 수도임을 말해 말해 주고 있지만 도시는 아담하고 정갈하고 오래된 시골마을 같았다. 중앙의 번화가를 돌아 한 골목만 들어가도 오래된 건물들과 광장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스위스에 와서 처음으로 마주한 도시. 해가 지고 저녁이 되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몸이 오슬오슬 춥다. 두 시간 이상 걸어 몸이 노곤해져 올 때 들어간 레스토랑, 그곳에서 처음으로 먹는 현지식 저녁 식사. 따뜻한 야채스프가 추웠던 몸을 녹여 준다
. 당근과 양파 버섯을 잘게 썰어 끓인 스프는 프라하에 있을 때 마르틴 씨 가족이 자주 끓여 주던 스프다. 그 스프를 스위스에서 먹는다. 빵과 감자 요리도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아 ‘스위스 체질인가 보다’ 하며 속으로 혼자 웃었다.
함께 알프스를 보러 온 사람들 그중 시형이네랑 저녁식사를 먹었는데 여행이 마칠 때까지 우린 4인 가족으로 늘 같이 밥을 먹었다. 시형이 어머니가 화이트와인을 시켜 주셔서 시내투어로 지친 몸의 회복에 엄청 도움이 되었다.
도시를 투어하고 노곤해진 상태에서 따뜻한 야채스프와 감자요리와 함께 먹는 화이트와인 한 잔이 여행의 좋은 시작을 알려 주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여행하며 같이 식사하는 건 또 하나의 여행의 선물이다
. 자 이제 본격적인 스위스여행 시작이다. 아직 알프스를 보지 못했지만 내일 그뤼에르 치즈마을로 올라가면서 알프스가 시작된다니 기대가 크다. 빨리 눈 덮인 알프스를 보고 싶다. 다들 눈 덮인 알프스가 보고 싶어 스위스 일주를 떠난 사람들…. 내일 우리는 다 같이 어린 날의 하이디가 되어 알프스를 보러 갈 것이다.
작가 노트
처음 만난 스위스, 베른의 두 얼굴
베른은 스위스에서 처음 만난 도시였습니다. 화려하거나 거대한 수도의 모습보다는 오래된 골목과 조용한 광장, 도시를 감싸 흐르는 강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행에서 처음 마주하는 도시는 언제나 특별합니다. 아직 알프스를 보지 못했지만 따뜻한 야채스프와 화이트와인 한 잔, 그리고 함께 식사한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스위스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장미공원은 겨울이라 장미가 없었지만, 묘지를 장미공원으로 만든 스위스 사람들의 문화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본 베른은 한 폭의 강에 둘러싸인 아담한 성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장미공원을 걸어 내려와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 베른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케이드 형식의 거리를 걸으며 도시의 상가와 진열대를 지나 한 골목을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의 중세 건물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장미가 없는 겨울의 장미공원
베른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남았던 장소 가운데 하나가 장미공원(Rosengarten)이었습니다.
우리가 찾았던 계절은 겨울이어서 화려하게 피어난 장미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이 장미공원인데 장미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오래전 묘지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원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꽃을 심고, 시민들이 산책하고 쉬어 갈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 다시 도시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죽음이 머물던 자리에 꽃이 피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도시를 바라봅니다. 삶과 죽음을 멀리 떼어 놓기보다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 가는 그들의 방식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레강이 품고 있는 오래된 도시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본 베른은 내가 생각했던 수도의 모습과 달랐습니다.
높은 빌딩이 가득한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붉은빛 지붕을 가진 오래된 건물들이 낮게 이어지고, 그 주변을 아레강(Aare River)이 크게 휘돌아 흐르고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도시 전체가 강물에 포근하게 둘러싸여 있는 하나의 작은 성처럼 보였습니다.
베른 구시가지는 중세부터 이어져 온 도시 구조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정보를 자세히 알고 베른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강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오래된 지붕들이 서로 어깨를 맞댄 채 모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그저 아름답다고 바라보았던 풍경 속에 얼마나 긴 시간이 숨어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베른과 골목에서 만난 베른
장미공원에서 바라보았던 베른과 직접 걸어 들어가 만난 베른은 또 달랐습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고요한 중세도시처럼 보였지만,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일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거리에는 상점들이 이어졌고 쇼윈도에는 옷과 음식, 생활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오래된 건물 아래로 현대적인 상점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길게 이어지는 아케이드였습니다.
베른 구시가지에는 건물 아래를 따라 지붕이 덮인 아케이드가 길게 이어집니다.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이 길을 따라 상점과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길을 걷다가 조금만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시 오래된 중세의 건물과 작은 광장이 나타났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와 오래전의 도시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베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을 알려주는 치트글로게
베른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것이 치트글로게(Zytglogge)입니다.
중세 베른의 역사와 함께해 온 시계탑으로, 오늘날에는 베른을 대표하는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래된 시계탑 아래를 현대의 사람들이 오가고 트램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베른이라는 도시의 성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된 것을 박물관 안에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라 그 곁에서 오늘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도시.
수백 년 전 만들어진 건축물 옆에서 사람들은 약속을 하고, 장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렇게 베른에서는 과거가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아니라 현재와 함께 살아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야채스프와 화이트와인
도시를 걷고 난 뒤 먹었던 따뜻한 야채스프도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겨울의 유럽을 걷고 들어와 마시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은 화려한 음식보다 더 반가웠습니다.
거기에 화이트와인 한 잔이 더해졌습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함께 온 사람들과도 서먹했던 시간이었지만,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따뜻한 음식을 나누다 보면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생각해 보면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추운 날 마셨던 따뜻한 수프 한 그릇,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 창밖으로 바라보았던 낯선 거리처럼 아주 작은 순간들이 오히려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베른에서 시작된 나의 스위스
알프스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정작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아 준 것은 높은 산이 아니었습니다.
아레강이 감싸고 있는 오래된 도시와 장미가 피지 않은 겨울의 장미공원, 아케이드 아래를 걷는 사람들, 오래된 시계탑과 따뜻한 야채스프였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베른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첫인상은 언제나 조금 특별합니다.
아직 무엇을 보게 될지 모르고,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작은 풍경 하나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때입니다.
장미공원 위에서 바라보았던 베른은 강에 둘러싸인 한 폭의 작은 성 같았고, 그 성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자 수백 년의 시간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스위스의 수도를 보았지만, 거대한 수도를 만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그 안에서 조용히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도시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의 스위스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알프스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겨울날 아레강에 둘러싸인 베른을 바라보던 순간부터, 나는 이미 조금씩 알프스의 품으로 들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여행에서 처음 마주하는 도시는 언제나 특별합니다. 아직 알프스를 보지 못했지만 따뜻한 야채스프와 화이트와인 한 잔, 그리고 함께 식사한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스위스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장미 공원은 겨울이라 장미가 없었지만 묘지를 장미 공원으로 만든 스위스 사람들의 문화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장미 공원 에서 내려다 본 베른은 한 폭의 강에 둘러 쌓인 아담한 성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장미 공원을 걸어 내려와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돔 형식의 거리를 걸으며 도시의 상가와 진열대를 지나 한 골목을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의 중세의 건물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Book Quote
“낯선 곳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여행하며 같이 식사하는 건 또 하나의 여행의 선물이다.”
여행자를 위한 스위스 베른 안내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은 화려함보다는 오래 바라볼수록 마음에 남는 도시다. 아레강(Aare)이 크게 굽이쳐 흐르는 언덕 위에 자리한 구시가지는 중세의 모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으며, 오래된 석조 건물과 아케이드, 분수와 시계탑이 어우러져 베른만의 차분한 풍경을 만든다.
베른 구시가지를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돌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중세 시계탑과 대성당을 만나고, 골목 끝에서는 푸른빛의 아레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오래된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베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
1. 베른 구시가지 · Old City of Bern
베른 여행의 중심이다. 중세 도시의 구조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긴 아케이드와 오래된 분수, 석조 건물들이 이어진다. 비가 오는 날에도 아케이드를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것이 베른 구시가지의 특별한 매력이다.
2. 치트글로게 · Zytglogge
베른을 대표하는 중세 시계탑이다. 13세기에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정교한 천문시계와 움직이는 인형 장식으로 유명하다. 구시가지의 중심에서 베른의 오랜 시간을 상징하는 장소다.
3. 베른 대성당 · Berner Münster
스위스 후기 고딕 건축을 대표하는 성당으로 베른 구시가지의 중요한 상징이다. 높은 첨탑과 정교한 조각이 인상적이며, 주변에서는 아레강과 오래된 베른의 풍경을 함께 만날 수 있다.
4. 곰 공원 · BärenPark
곰은 베른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아레강변에 자리한 곰 공원에서는 베른과 곰이 이어온 오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곳 주변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와 아레강의 풍경도 아름답다.
5. 장미공원 · Rosengarten
베른의 모습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면 장미공원을 찾아가 볼 만하다. 높은 곳에서 아레강이 감싸고 흐르는 구시가지와 붉은 지붕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베른의 대표적인 전망 장소로 사랑받는다.
베른의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한 끼
Kornhauskeller Restaurant & Bar
베른 구시가지의 역사적인 곡물창고 건물에 자리한 레스토랑이다. 높은 아치와 화려한 내부 장식이 인상적인 지하 공간에서 베른과 스위스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지역과 계절의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베른의 전통적인 음식과 스위스 요리를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다. 여행 중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기보다 오래된 베른의 건축과 분위기까지 함께 경험하고 싶을 때 잘 어울리는 곳이다.
스위스에 왔다면 감자 뢰스티(Rösti) 같은 전통적인 음식도 한 번쯤 맛볼 만하다. 바삭하게 구운 감자의 소박한 맛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스위스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느끼게 한다.
주소 : Kornhausplatz 18, 3011 Bern, Switzerland
구시가지 산책 후 커피 한 잔
Einstein – café & bel étage
베른 구시가지의 크람가세(Kramgasse)에 자리한 카페다. 이 거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베른에서 생활하던 시절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에 아인슈타인 하우스가 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거리를 걷다가 잠시 쉬어 커피를 마시기에 좋은 장소다. 자체 커피 메뉴와 간단한 음식, 디저트 등을 즐길 수 있어 베른의 느린 오후와 잘 어울린다.
시계탑을 지나 오래된 크람가세를 걷고 난 뒤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금 전 걸어온 베른의 거리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주소 : Kramgasse 49, 3011 Bern, Switz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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