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경 마을에서 만난 풍경


 프랑스 국경 마을에서 만난 풍경


이번 여정

인천공항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한 뒤, 프랑스 국경마을의 작은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스트라스부르와 알자스의 쁘띠 프랑스를 걸으며 프랑스와 독일, 두 문화가 함께 남아 있는 거리와 오래된 시간을 만났다.

인천공항을 떠나 열두 시간을 날아온 비행기는 우리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데려다주었다. 독일을 느껴 볼 여유도 없이 곧바로 버스에 탑승해서 스트라스부르로 향했다. 차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거리의 불빛이 환한 도시가 아니어서 점점이 희미한 불빛만 보이는 어두운 풍경을 지나 프랑스 국경마을에 위치한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호텔은 유럽의 낡은 빌라 같은 느낌이었다. 화장실은 좁고 샤워부스도 없는 낡은 호텔이었지만 1층에 있어서 그나마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비가 내려 춥고 난방이 되지 않아 으스스한 상태라 리셉션에 가서 직원을 불러온 다음에야 난방이 가동되었다. 카펫이 깔려 있어 건조했지만 라디에이터에 젖은 수건을 올려놓으니 숨쉬기가 조금 편해졌다.

침대 두 개와 작은 책상과 의자, 벽걸이 옷장이 전부인 호텔방이었지만 핫팩을 침대에 두 개 붙이고 누우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열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다가 또 버스로 세 시간 가까이 앉아 오니 다리가 펴지질 않을 것 같더니 핫팩을 붙이고 다리를 쭉 펴서 누우니 침대 위에 누운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스위스를 향한 여행의 첫날 밤은 프랑스 국경마을에서 그렇게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다음 날 가이드의 예언대로 새벽 2시에 눈을 뜬 우리는 그때부터 씻고 짐을 챙기고 성경 말씀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전날 버스 안에서 받은 김밥을 꺼내 조금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도시락 한 개를 둘이 나누어 먹고 하나는 그대로 남았지만 아침까지는 두고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조금 아깝긴 했지만 그것이 스위스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먹는 한식이 되었다. 커피를 한 잔 끓여 마시며 일정표를 살펴보고 다시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드디어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7시가 넘어 식당으로 간 우리는 크루아상과 치즈, 커피와 우유로 준비된 프랑스식 아침식사를 먹었다. 한국에서는 하루 두 끼, 때로는 한 끼만 먹고도 지냈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하루 세 끼를 빠짐없이 챙겨 먹었다. 건강한 여행은 결국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을 다 먹고는 조금 여유 있게 호텔을 출발해 알자스마을로 이동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된 마을…. 전쟁의 많은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알자스마을은 너무나 예쁘게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아기자기한 색상의 집들과 작은 마을, 마을의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거리는 강물을 따라 이어졌고, 양옆으로는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수많은 시간 동안 그곳을 살아갔을 사람들을 그려 본다. 독불 전쟁으로 많은 상처와 고통을 겪었을 사람들…. 지금은 프랑스의 한 마을로 살아가고 있는 알자스에서 다시금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떠올려 본다.

독일의 정취가 남아 있는 알자스마을. 이곳 사람들은 이 지역을 '쁘띠 프랑스'라고 부른다. 건축양식 역시 프랑스와 독일의 검은 목조 건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오래된 돌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 길을 걸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금방이라도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장터로 향하는 사람들의발걸음이 들려올 것만 같다. 지금도 오래된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중세의 어느 마을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광장을 지나 웅장한 노트르담대성당과 마주하게 된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가장 높은건축물 가운데 하나였던 이 성당은 비록 보수 공사로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긴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모습만으로도 깊은 감동을 전해 주었다.

겨울이라 다소 황량할 것이라 생각했던 거리에는 어느새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집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마을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었고 그 풍경만으로도 알자스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패키지여행이 아닌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으로 머물고 싶다. 강가의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빵을 먹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중세의 시간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여행자를 위한 쁘띠 프랑스 안내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중심 도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가 함께 스며 있는 도시다. 라인강과 가까워 오랜 세월 두 나라의 역사와 생활문화가 교차해 왔으며, 거리의 건축과 음식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 안에 자리한 쁘띠 프랑스(La Petite France)는 알자스의 옛 정취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별도의 마을이 아니라 스트라스부르 역사 지구의 한 부분으로,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목조 골조 주택과 작은 다리, 꽃으로 장식된 창가가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쁘띠 프랑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

1. 메종 데 타뇌르 · Maison des Tanneurs
쁘띠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통 목조 건물 가운데 하나다. 과거 무두장이들이 생활하던 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변 운하와 함께 알자스 특유의 풍경을 보여준다.

2. 퐁 쿠베르 · Ponts Couverts
중세 스트라스부르의 방어시설 흔적이 남아 있는 다리와 탑이다. 오늘날 지붕은 사라졌지만 ‘덮인 다리’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다.

3. 보방 댐 · Barrage Vauban
17세기에 도시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현재는 전망 장소로 사랑받으며, 퐁 쿠베르와 쁘띠 프랑스의 지붕들, 멀리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까지 바라볼 수 있다.

4. 벤자맹 직스 광장 · Place Benjamin Zix
운하와 목조 골조 주택이 한눈에 들어오는 쁘띠 프랑스의 중심 공간이다.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알자스의 맛을 만나는 곳

Restaurant La Petite Alsace

쁘띠 프랑스 중심의 뱅 오 플랑트 거리(Rue du Bain-aux-Plantes)에 자리한 알자스 음식점이다. 이 지역을 찾았다면 얇은 반죽 위에 크림과 양파, 베이컨 등을 올려 구운 타르트 플랑베(Tarte flambée)를 맛보는 것도 좋다.

알자스의 전통 음식 가운데 하나인 슈크루트(Choucroute)는 발효 양배추와 고기 등을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음식문화가 함께 담긴 알자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주소 : 23 Rue du Bain-aux-Plantes, 67000 Strasbourg, France


산책 후 쉬어가기 좋은 카페

Café Bretelles · Petite France

쁘띠 프랑스의 오래된 골목과 잘 어울리는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다. 커피와 함께 가벼운 아침식사나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운하와 골목을 걷고 난 뒤 잠시 쉬어가기 좋다.

주소 : 36 Rue du Bain-aux-Plantes, 67000 Strasbourg, France


 작가 노트

 두 문화가 함께 살아온 알자스의 시간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시간을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알자스의 쁘띠 프랑스는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두 문화가 서로를 지우지 않고 함께 살아온 공간이었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품고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이 마을은, 우리에게 시간이 결국 사람을 이어 준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주었습니다.

쁘띠 프랑스와 작은 베니스 마을에서 우린 중세로 다시 돌아가 오래된 골목과 광장을 걸으며 『마지막 수업』을 생각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두 문화가 가슴에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떠올리며 걷던 골목

알자스에 도착하니 어린 시절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교실에서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서야 자신들의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실제 알자스 땅을 걸어 보니 그 작품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알자스는 오랜 역사 속에서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경계에 놓였고, 전쟁과 정치적 변화에 따라 소속이 여러 차례 달라졌던 지역입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곳에는 어느 한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프랑스의 도시를 걷고 있으면서도 독일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과 음식, 언어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그 모든 것이 오늘날에는 알자스만의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쁘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의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는 운하를 따라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목재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알자스 특유의 집들과 작은 다리, 물가에 늘어선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중세의 어느 마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지금은 많은 여행자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지만, 오래전에는 물길을 이용해 생활하고 일하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예쁜 건물에서만 오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래된 집과 골목을 허물어 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대가 다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쁘띠 프랑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두 문화가 서로를 지우지 않는다는 것

여행을 하다 보면 국경이라는 것이 지도 위에 그어진 선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경이 바뀌면 사람들의 언어와 학교, 행정과 생활까지 달라집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음식과 집, 가족의 기억과 생활방식까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알자스에서는 그런 시간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는 오랜 세월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치고 다시 섞였습니다. 어느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대신 두 문화의 흔적이 겹겹이 남아 오늘의 알자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쁘띠 프랑스의 오래된 골목을 걷는 동안 나는 아름다운 풍경보다 그 풍경 속에 쌓인 사람들의 시간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래된 시간이 들려준 이야기

전쟁은 국경을 바꾸고 사람들을 갈라놓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두 문화가 하나의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여행이란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골목 하나를 걸으며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고,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실제 장소에서 다시 떠올리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역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

그것도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

쁘띠 프랑스와 작은 베니스의 골목을 걸었던 그날, 나는 아름다운 중세 마을을 보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서로 다른 두 문화가 긴 시간을 지나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시간은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들을 한곳에 차곡차곡 쌓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시간을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알자스의 쁘띠 프랑스는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두 문화가 서로를 지우지 않고 함께 살아온 공간이었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품고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이 마을은, 우리에게 시간이 결국 사람을 이어 준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주었습니다. 

쁘띠 프랑스와 작은 베니스 마을에서 우린 중세로 다시 돌아가 오래 된 골목과 광장을 걸으며 마지막 수업을 생각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두 문화가 가슴에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Book Quote

"오래된 골목은 시간을 품고, 여행자는 그 시간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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